취담 · 17화Chwidam · Episode 17 · 2026-10-24

배신자

This episode is written in Korean. — Episode 17: The Traitor

그날 오후, 두 사람은 마차를 타고 셀바흐로 출발했다.

하르가 고삐를 잡았다. 그는 앞을 주시하며 마차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했다. 숲길로 접어들자 바람이 잦아들었고, 바퀴가 돌아가는 소리만 일정하게 이어졌다.

이레인은 모피 한 장 아래 카일런과 나란히 앉았다. 그녀의 손은 외투 주머니 안에서 그의 손에 살며시 쥐여 있었다. 처음 마차에 올랐을 때 차갑던 그 손은, 숲 어귀를 지날 무렵 그녀의 손보다 따뜻해져 있었다.

이레인은 자작나무 줄기 사이로 지나가는 눈밭을 보며 테오를 생각했다. 봄의 고갯길은 녹은 눈과 진흙으로 미끄럽다고 했다. 남부 사람의 발로는 하루에 반나절도 못 간다고. 그녀는 그 길을 황실 기병들 사이에 끼어 넘어올 동생을 떠올렸다. 말을 잘 타지 못하는 아이였다. 어릴 적에는 늘 그녀의 등 뒤에 붙어 앉았다.

카일런은 옆에서 그녀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엇을 생각하는지 묻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그는 손에 힘을 조금 더 주었다. 이번 겨울 처음으로, 그녀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마주 잡은 손으로 알려 주고 싶었다. 이젠 말로만 하지 않겠다는 각오와 함께.

***

동쪽 집의 굴뚝에서는 연기가 곧게 올라가고 있었다.

마차가 멈추기도 전에 문이 열렸다. 작은 그림자가 눈밭으로 뛰어나왔다. 아벨이었다.

아이는 큰아버지의 다리에 매달렸다가, 그를 올려다보며 두 손을 내밀었다. 카일런은 장갑을 벗지 않은 손으로 아이를 안아 올렸다. 아벨이 그의 붕대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

"큰아빠, 아파요?"

"아니. 하나도 아프지 않단다."

"에이, 거짓말. 붕대 감았는데 안 아픈 게 어딨어."

아이가 붕대 위에 입김을 후 불었다. 카일런의 얼굴에 잠깐 당황한 빛이 스쳤다. 이레인은 그 얼굴을 보았다. 그녀가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에드윈은 문간에 기대어 형을 보고 있었다. 형과 닮았으나 눈빛이 옅고 따뜻한 얼굴이었다.

"형이 붕대를 다 감고 오고,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네. 형수님, 어서 들어오세요. 리나가 수프를 끓여 놨어요."

집 안은 지난번처럼 따뜻했다. 벽난로 위에 아벨이 깎은 나무 짐승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새, 곰, 다리가 하나 짧은 말. 늙은 토마스가 장작을 들고 들어오며 대공에게 허리를 깊이 숙였다. 리나는 반가운 눈으로 말없이 그릇을 놓았다. 손이 빨랐고, 그릇이 탁자에 닿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

아벨이 이레인의 치맛자락을 잡아당겼다. 아이는 벽난로 위에서 다리가 짧은 말을 집어 와 그녀의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이거 큰엄마 거예요. 다리가 짧아서 빨리는 못 뛰는데, 넘어지지는 않아요."

이레인은 손바닥 위의 작은 말을 내려다보았다. 칼자국이 서툴렀고, 짧은 다리 쪽이 조금 더 두꺼웠다. 넘어지지 않게 일부러 그렇게 깎은 것 같았다.

"고마워요, 아벨. 소중히 할게요."

아이는 만족한 얼굴로 큰아버지에게 달려갔다. 이레인은 그 말을 외투 안주머니에 넣었다. 손끝에 나무의 온기가 남았다.

방 한켠 구석에는 다락으로 오르는 사다리가 있었다.

이레인의 눈이 저절로 그쪽으로 갔다. 사다리의 가로대는 손때가 묻어 반들거렸다. 그 위로 네모나게 뚫린 어둠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지난번 그녀는 저 사다리를 올랐다. 등잔 하나를 들고, 먼지가 내려앉은 낮은 천장 아래로 몸을 굽히고 들어갔다.

그날 등잔을 쥔 손이 떨려 불빛이 벽 위에서 흔들렸던 것을 그녀는 아직 기억했다. 내려오는 길에 가로대를 하나 헛디뎠던 것도. 아래에서 카일런이 말없이 그녀의 허리를 받쳐 주었던 것도.

이레인은 사다리에서 눈을 떼었다. 그곳에서 발견한 저주의 정체를, 그녀는 잊을 수 없었다.

에드윈은 황후의 편지 네 통을 탁자 위에 늘어놓고 읽기 시작했다.

둘째 장의 추신을 읽을 때 그의 턱이 굳었다. 테오의 이름 위에서 손가락이 멈췄다. 그는 고개를 들어 형을 보았고, 이레인을 보았다.

"봄에 동생분이 제 묘 앞에 서게 되겠군요."

"황태자 전하와 함께요."

이레인이 말했다.

"황후는 그 자리에서 세 사람의 표정을 보고 싶어 하세요. 무덤 앞에 선 대공이 어떤 얼굴을 하는지, 그 옆의 대공비는 어떤 표정인지, 그리고 동생이 무엇을 말하는지요."

에드윈은 대답 대신 첫 번째 편지를 다시 집어 들었다. 510년, 그의 첫 기일을 앞두고 온 편지였다. 그가 입술을 소리 없이 움직여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형. 이 줄 봤어?"

그가 편지를 형 쪽으로 밀었다. 손가락이 한 줄을 짚고 있었다.

'눈보라 치던 밤에 떠나신 동생분을, 저도 이 겨울 내내 생각합니다.'

카일런은 그 줄을 읽었다. 읽고 나서도 눈을 떼지 않았다.

"눈보라."

에드윈이 낮게 말했다.

"나는 종이 위에서 509년 겨울에 죽었어. 가계도에도, 수도로 보낸 부고에도 그렇게만 적혔지. 겨울. 날짜도 없고 날씨도 없어. 그런데 그날 밤에는 눈보라가 쳤어. 내가 리나랑 어린 아벨을 안고 이 집으로 넘어오던 밤. 길이 안 보여서 하르가 마차에서 두 번이나 내려 길을 찾아야 했지."

리나가 부엌 문간에서 걸음을 멈췄다. 아벨을 안은 팔에 힘이 들어갔다.

이레인은 그 줄을 한 번 더 읽었다. 그리고 수첩을 펼쳤다.

"그 밤을 아는 사람이 누구예요?"

에드윈이 손가락을 접었다. 형. 나. 리나. 하르. 그리고 잠시 멈췄다가, 손가락 둘을 더 접었다.

"마르타가 성문을 열어 줬고, 세르빈이 그날 밤 아벨을 봐 줬어. 아이가 열이 있었거든."

이레인은 그 이름들을 수첩에 적었다. 그리고 그중에서 황후에게 편지를 쓸 수 없는 사람을 지웠다. 에드윈과 리나는 이 집에서 한 번도 나가지 않았다. 카일런은 해마다 그 편지에 '편히 쉬고 있다'고 답장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남은 이름을 하나씩 셌다.

셋.

방 안 기운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아무도 숟가락을 들지 않았다. 아벨만이 영문을 모른 채 큰아버지의 붕대를 만지작거렸다.

이레인은 남은 이름을 하나씩 내려다보았다.

하르. 그녀가 이 성에 온 첫날, 대문을 열어 준 사람이었다. 눈 덮인 마당을 앞서 걸으며 그녀가 미끄러질 만한 자리마다 재를 뿌려 두었다. 말수가 적고, 무엇을 물어도 반 박자 늦게 대답했다. 그 반 박자가 거짓을 고르는 시간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마르타. 계약서를 낭독하던 목소리는 차가웠다. 규정을 앞세우고, 그녀가 묻는 말에 쉽게 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없애도 될 술병 하나를 일부러 봉해 지하에 남겨 둔 사람도 마르타였다. 무언가를 숨기려는 사람이라면 그 병부터 깨뜨렸을 것이다.

세르빈. 새벽마다 회진을 돌며 카일런의 손끝을 재던 사람. 열이 오른 아이를 눈보라 속에서 밤새 지켜본 사람. 그녀의 팔에서 피를 뽑을 때도 바늘보다 먼저 미안하다는 말을 건네던 사람이었다.

이레인은 수첩 위에 펜을 내려놓았다. 셋 중 누구의 이름에도 줄을 그을 수 없었다. 그을 수 없다는 것이, 그녀를 더 괴롭혔다.

"하르는 삼 년 동안 혼자 이 길을 다녔어요."

이레인이 말했다. 목소리가 낮았다.

카일런은 고심 끝에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마르타는 없애도 될 흔적을 찾아내 술병을 일부러 봉해 보관했고, 세르빈은 세 해 동안이나 내 곁에서 건강을 돌봤소. 셋 다 목숨을 걸고 가문을 지킨 사람들이오. 게다가 비밀을 숨겨 준 사람들이기도 하고…"

"알아."

에드윈이 말했다. 그는 형을 보았다. 카일런은 아직 편지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붕대를 감은 손이 탁자 모서리를 움켜쥐고 있었다.

"그러니까 더 무서운 거야. 가문을 지키려고 가장 가까이 있었던 사람 중 하나가 배신했을 수도 있다는 거니까…"

리나가 조용히 다가와 식은 수프 그릇들을 거두었다. 그리고 새로 데운 그릇을 하나씩 다시 놓았다. 김이 오르는 그릇 앞에서도 한동안 아무도 숟가락을 들지 않았다. 먼저 숟가락을 든 것은 에드윈이었다.

"먹어, 형. 리나 수프는 식으면 맛없어. 형수님도요."

이레인은 숟가락을 들었다. 따뜻한 국물이 목을 타고 내려갔다. 맛은 잘 느껴지지 않았다.

***

해가 숲 너머로 기울어 갔다.

북부의 삭풍을 뚫고 돌아오는 마차 안에서 카일런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하르는 앞자리에서 등을 꼿꼿이 세운 채 앞을 바라보며 마차를 몰았다. 반 박자 늦게 고삐를 당기는 그 손을, 이레인은 모피 아래에서 지켜보았다.

셋 다 그녀가 이 성에 온 첫날부터 마주친 얼굴이었다.

마르타는 계약서를 낭독했다.

하르는 문을 열어 주었다.

세르빈은 새벽 회진을 오가며 카일런을 돌보았다.

그녀는 그들 하나하나에게서 북부를 배웠다. 그중 누군가가, 어느 사이엔가 배신자가 되었다는 말인가.

카일런의 손이 주머니 속에서 그녀의 손을 찾았다. 그리고 놓지 않았다. 그녀의 손은 따뜻했다. 그의 손도 따뜻해졌다. 두 손이 맞잡혀 있는 동안만큼은.

카일런은 앞자리의 집사를 보며 생각했다. 동생의 거짓 장례를 치르던 밤, 그가 믿고 문을 열 수 있었던 사람은 그들 셋뿐이었다. 그들 셋을 믿었기에 그 지옥 같은 밤들을 견딜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셋 가운데 하나가 그에게 더 큰 지옥을 안기려 하고 있었다.

이레인은 외투 안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아벨이 준 나무 말이 손끝에 걸렸다. 다리가 짧아서 빨리는 못 뛰지만 넘어지지는 않는 말. 그녀는 그것을 꼭 쥐었다.

짐작으로는 아무것도 가릴 수 없었다. 그녀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언제나 기록된 것이었다. 성에서 나가고 들어오는 모든 편지는 어딘가에 기록되어 있을 것이다. 누가, 언제, 어디로 보냈는지.

내일 아침, 하르의 방 선반에 꽂힌 장부부터 펼쳐 볼 생각이었다.

진실은 누구를 거쳐 새어 나갔는가.

삽화는 작가가 장면에 맞춰 AI로 만들었어요.

네이버 웹소설 챌린지리그에서도 읽을 수 있어요 ↗